선거의 계절이 됐다. 거리마다. 선거 현수막이 걸리고, 출마자마다 자신을 알리려는 안간힘들이 아침, 저녁으로 들려오는 시기다. 그리고 이 시기를 저울에 올려보면 선거판 자체는 많이 기울어져 있어 보인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눠 선거판을 기울이게 만든 장본인 윤석열은 지금 재판받고 있다지만 그로 인해 기울어진 선거판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선거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유가 단지 윤석열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의 내란 범죄 이외에도 보수를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매우 힘든 이유는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치에 동력을 공급하는 철학과 정책 그리고 현실을 반영하는 정치적 판단과 대중들과의 동질화 부분에서 국민의힘은 많은 부분을 상실했다.
오늘의 연도를 따져보면 2026년이다. 밀레니엄을 지나 벌써 26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한 21세기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철학은 여전히 20세기 냉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과 기업들이 냉정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 내달리고 있는 동안, 국민의힘은 여전히 ‘빨갱이 견제론’을 외치고 있다. 지나가던 국민의 비웃음에도 말이다.
대한민국 제일의 무역 상대국과 여섯 번째 교역국이 공산주의 국가이며 그들 나라에 많은 수의 관광객이 찾아가고, 또 찾아오는 시대에도 보수 정치권을 ‘무찌르자 공산당’만 주야장천 외치면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니 이를 믿어줄 국민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서인’이나 ‘노론’이 아니다. 그리고 한가로이 ‘예송논쟁’을 벌일 때도 아니다.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철학과 세계관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면 국민에게 21세기 비전을 보여주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의지이지 구시대의 냉전적 사고방식이 아니다.
또한 상대 정당을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그럼에도 굳이 반대하려면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사유를 들어 국민부터 먼저 설득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 절차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남발하다 보니, 진정성 있는 정책조차 신뢰받지 못하는 악순환 위에 있는 것이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의 AI(인공지능) 언급에 따라 지방선거 출마자마다 AI를 외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사실 별 내용도 없는 것이 AI 정책이다. 정부는 AI와 관련해 연구비를 부족하지 않게 지원하는 일 이외에 사실 더할 부분이 많지 않다. 오히려 AI 보급과 관련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기업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기업도 세계화에 늦으면 자연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선거판마다 모두 AI를 외치면서 지방선거에 꼭 필요한 좋은 정책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기초자치단체의 현실에 맞는 정책들이 선거를 통해 발굴되고, 시민에 의해 채택되어서 활용되길 기대하는 것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이유가 대통령의 몇 마디에 전체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어버리면 지방선거를 할 필요조차 없다. 이는 분명한 민주당의 실책이다. 민주당의 주요 선거 정책이 AI 이슈로 사라지는 현실에서 국민의힘이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것은 지방 현실에 맞는 정책의 발굴이며 이를 시민에게 인정받는 일이다. 판이 기울어져 있다고는 해도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기적을 연출하는 훌륭한 도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