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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전야의 선거

여름 보양식 잘 먹어야 한다

딱 한 달 전에도 추운 날이 있었다. 분명 패딩을 입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여름이다. 한 달 전, 선거와 함께 시작된 여름이다. 여름과 선거가 동시에 찾아왔다. 이 기간 동안 정치인은 유순해지고 날씨도 유순하다. 거의 한 달 정도만 시민에게 친절한 정치인은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자는 ‘감히’를 연발하며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여름이 된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제가 후보자인데”라며 내려왔던 어깨는 여름 날씨처럼 고온의 습기 찬 날씨가 되고 오히려 시민은 또 고개 숙인 벼가 되어가는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는 어울리는 음식을 자주 먹어줘야 한다. 다시 찾아온 권위주의적인 고압의 기압을 버티기 위해서는 잘 먹어줘야 한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4년 뒤에 또 좋은 날씨를 볼 수 있다.

 

높은 습도와 온도에서 버티려면 냉면도 좋고, 콩국수도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백숙도 좋다. 여름에 냉면이 몸에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몸을 차게 해주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고 완장을 찬 이들의 자기 자랑과 나를 알아봐달라는 덥고 습한 말들이 몸속의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이를 식히기 위해서는 냉면만큼 좋은 음식이 없다. 거기에 나름 고소하면서도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콩국수도 좋다.

 

여름 음식에 백숙이 몸에 좋은 이유는 목뒤에 땀을 내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름 전야에 치러지는 선거 기간 동안 시민과 눈을 맞추고 악수하자고 했던 정치인들이 선거가 끝나면, 높은 자리에 올라가 만나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얼굴 한 번 보고 하소연이라도 할라치면 건너야 하는 관문이 여럿 생긴다.

 

십중팔구는 만나지 못한다. 또 만나봐야 듣는 소리가 시답지 않은 “내가 도지사인데”, 혹은 “내가 시장이야!”라는 자아도취에 빠진 자기 자랑밖에 없다. 기껏 할 말이 있어 만났는데 “자기 자랑만 듣고 끝나는 만남이 된다. 이럴 때 백숙을 먹고 땀을 내는 것이 뒷 목 잡고 쓰러지지 않는 비결이다.

 

가끔 보양식으로 즐기는 장어도 여름에는 좋다.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본 정치인들의 이력을 보면 제일 약한 범죄가 음주 운전이다. 사기도 있고, 폭행도 있으며 심지어 도박도 있다. 이들이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머슴이었다가 관리자가 되고, 통치자가 되는 과정이 장어와 비슷하다. 이런 장어를 많이 잡수면 온갖 비위를 거스르는 일에도 그나마 무덤덤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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