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럭셔리 초딩의 하루

2023.04.09 10:37:53

버블티-다이소-마라탕으로 이어지는 하루 코스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종 출산율이 고작 0.78%에 불과한 이 나라에서 아이들의 거침없는 웃음을 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청소년이라고 보기 어려운 초등학생들의 일과를 잠시 들여다보는 것도 유쾌한 일이다. 

 

 

한국의 보물들 초등학생, 그 보물들의 하루는 어떨까? 

 

 요즘 초등생들의 가방은 과거와 달리 매우 가볍다. 아예 가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맞춰 교과서와 필기구 그리고 학습준비물을 모두 들고 다니는 시대는 모두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학습준비물은 학교에서 대체로 준비를 해주는 편이며 교과서도 학교 교실에 보관하는 학교가 늘어가는 만큼 학생들의 가방이 가벼워지고 있다. 때문인지 학생들의 키가 커지고 좀 더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와 달리 0교시 수업이 사라진 지금, 초등학생들의 등교 시간은 대체로 8시 50분까지다. 이후 9시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학생들의 가방이 가벼워진 이유 중에 또 다른 하나는 도시락 가방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무상급식으로 인해 학생들의 가방에서 도시락이 사라진 지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점심은 초등학생들에게 필요한 식단에 대해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영양사들이 해준 음식을 먹는다. 대한민국에서 학교급식으로 납품되는 식자재는 쌀을 포함해 거의 친환경 이거나 고품질에 가까운 것들이다. 집에서는 비싸서 못 먹는 고품질 영양식을 학교에서 먹는다.

 

 

 초등학교 6학년 기준, 하교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정도이다. 하교를 하며 가방을 멋들어지게 둘러맨 초등학생이 향하는 곳은 평소에 좋아하는 커피숍이다. 물론 초등학생이 커피를 마시지는 않지만, 커피숍에서 파는 무엇인가를 주문한다, 바로 ‘버블티’이다. 

 

 버블티는 지난 1980년대에 대만 타이중의 춘수당(春水堂, 천수이탕)이란 카페에서 개발되어 1990년대에 출시된 인기 음료다. 지난 90년대부터 이웃 국가인 중국, 태국,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유행했으며, 2000년대 이후부턴 해외 대만계 유통경로를 통해 유입됐다. 이후 한국, 일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게 되었다. 

 

 현재는 대만을 대표하는 음료로써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음료다. “내가 한 잔 쏜다”며  버블티를 친구와 함께 포장 구매를 한 초등학생이 향하는 다음 코스는 쇼핑몰이다. 

 

 주머니가 비교적 가벼운 초등학생의 최고 쇼핑몰은 ‘다이소’다. 다이소는 비싸야 5,000원 미만의 온갖 물건들을 파는 곳이기 때문에 애 어른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쇼핑몰이지만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의 주요 쇼핑코스가 됐다. ‘초등생들의 다이쇼 쇼핑중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초등학생들에게 다이소 쇼핑은 하나의 놀이문화가 됐다.

 

 

신상품 들어온 것이 없나?, 하고 다이소를 둘러보던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인형과 장난감은 인기 있는 제품들이다. 특히 캐릭터가 들어가 있는 문구나 보조화장품도 인기다. 예상외로 다이소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많이 팔리는 것 중의 하나는 우산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산을 사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거금 5,000원 한도 내에서 쇼핑을 마친 초등생들이 몰려가는 곳은 ‘마라탕’을 파는 곳이다.  어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마라탕은 박하사탕 맛이 나는 중국 쓰촨(사천) 지역 음식의 하나다. 쓰촨요리답게 맵고 자극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중국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라탕은 일부 어른들도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상당히 자극적 음식인 마라탕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찾는 요리다. 삼삼오오 모여 마라탕을 맛나게 비운 학생들의 마지막 코스는 선행학습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한국인들답게 학원이다.

 

태권도를 비롯해 각종 어학원까지 다양한 학원들을 두루 섭렵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초등학생의 머리에는 달이 둥실 떠 있다. 과거처럼 달을 보고 등교해서, 달을 보고 하교하는 생활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학교생활은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얼마나 심하면 맵고 자극적인 마라탕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을까 싶다. 

 

잠들기 전에 초등학생의 영원한 지원군인 엄마가 다시 한번 부른다. “이빨 닦고 자라!”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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