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허가 등록 그리고 통보

  • 등록 2025.08.26 09:17:42
크게보기

취재를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대 ?

시간이 흐르면서 시간의 흐름만큼 세상이 변하면 흔히들 시대가 변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조금 어색한 단어인지는 몰라도 1990년대는 20세기 말이었으며, 지금은 21세기 초반부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걸쳐 살고 있으면서 시대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취재 환경이다.

 

통상 어느 지역구에 취재 배정을 받으면, 해당 지역구의 관청에 출입 통보를 하게 된다. 어느 시점까지는 딱 그것까지가 전부이었다. 기자의 출입 통보를 받은 관청은 해당 기자의 출입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관청의 출입을 결정한 결정자가 관청이 아니고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말까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런 상황과 풍경은 바뀌었다. 관청에서 출입 기자들에게 출입 등록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잡상인의 관청 출입을 막기 위해서, 주차 때문에, 공무원의 안정적 근무환경을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공무원의 편익과 광고의 배분 때문이라는 말이 가장 적당했다.

 

이어 시간이 더 흘러 최근에 이르면, 등록이라는 말이 강조돼 “출입을 통보하겠다”라는 언론사의 의지는 사라지고, 관의 의지에 따라 “우리 기관에 등록된 기자인가?”라는 언어가 우위에 섰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어느 청에서 “등록받지 않는다”라는 말을 아무 의미 없이 불만의 의미로 하고 있다. 언론사의 의지보다 관의 의지가 더 강해진 시대 풍경의 단면이다.

 

경기도청으로부터 시작된 언론사 길들이기의 출입 등록제는 도청에 이어 수원시청으로 이어졌으며 이제는 철학 부재의 도청 산하 여러 지자체에서도 일상으로 쓰이고 있는 제도 아닌 제도가 되어가고 있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출입 통보는 어떤 기자가 출입 통보를 제출한 해당 기관에 대해 취재하려 하니 협조해달라는 단순한 의미의 일이다. 굳이 출입 통보하지 않아도 취재에 불편한 일은 없지만, 혹시나 취재하는 사람이 잡상인이거나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통보를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통보가 등록으로 바뀌고, 등록된 사람이 아니면 출입 카드는 물론 협조조차 하지 않겠다는 관청의 태도는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취재 거부이자 몸사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 같은 것일 수 있다.

 

‘등록’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허가나 인정받기 위해 단체나 기관 따위의 문서에 이름을 올리거나, 법령의 규정에 따라 일정한 사항을 공증하여 법률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관청 장부에 기재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사전적 의미로 보면 기자가 출입기관에 등록할 일은 없다. 그럼에도 시대가 변해서 취재를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인가 싶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현재의 취재 환경에서 ‘등록’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지문날인을 이용해 교묘하게 사상범을 색출하고 출입을 막으려던 제도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언론사의 취재 의지보다 등록의 의지가 더 강하고, 도청 출입증을 목에 걸고 다니며 “나 도청 출입 기자야”라는 말을 하는 것과 “난 출입 등록 안 받아 준데”라는 말이 서글픈 것은 시대가 변한 탓이 아니다. 더욱 교묘해진 권력기관에 의한 언론탄압 기술의 발전일 뿐이다. 그리고 이를 반대하지 못한 취재 언론인 본인들의 잘못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Copyright(c) 2017.04 Kyung-In View.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경인뷰 / 경기 화성시 봉담읍 상리2길 97, 704호(지음프라자) / 제보광고문의 031-226-1040 / E-mail : jkmcoma@hanmail.net 등록번호 경기 아51549호 / 발행인 이은희 / 편집,본부장 전경만 / 등록일: 2017.05.02. 발행일: 2017.06.02. Copyright(c) 2017.04 Kyung-In View.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