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다시 숨 쉬는 시간’을 펴냈다.
▲ 채담 유남호 지음, 좋은땅출판사, 124쪽, 1만3000원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숨을 고르고 다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시집 한 권이 도착했다. 채담 유남호의 신작 시집 ‘다시 숨 쉬는 시간’은 팬데믹과 경기 침체, 그리고 사회적 불안 속에서 무너져 가는 인간의 내면을 진솔하게 응시한다. 경영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버텨 온 지난 시간의 절박함이 ‘들숨과 날숨’이라는 구조 안에서 펼쳐지며, 다시 살아내기 위한 시인의 고백이 조용한 호흡으로 번져 간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가슴이 탁 막히면서 숨 쉬기가 버거운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것은 단지 개인의 피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겪어 온 시대의 호흡곤란이다. 전쟁과 경기 침체로 가라앉은 현실 속에서도 시인은 담쟁이처럼 벽에 매달려 희망을 붙든다. 그 버티는 시간 속에서 그는 절망의 끝에 닿아 있는 희미한 빛을 찾아내고, 그 빛을 시어로 엮어 독자에게 내민다.
‘다시 숨 쉬는 시간’의 시편들은 삶의 가장 깊은 지점에서 피어난 고백들이다. ‘숨 고르기’, ‘초야’, ‘매달린다는 건’, ‘다시 숨 쉬는 시간’ 같은 시들은 고통의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생명력을 담고 있다. 들꽃, 여름바람, 노을, 지리산 둘레길 같은 이미지들이 등장하며, 시인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희망을 다시 발견한다. 절망을 그리되, 그 안에서 다시 살아내는 힘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치유의 기록이자 내면의 일기처럼 읽힌다.
특히 ‘풍류’라는 키워드는 채담의 시 세계를 관통한다. 그에게 풍류는 단순한 여흥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정신적 기반이다. 대금의 숨결로 표현되는 그의 시어는 고요하면서도 단단하다. ‘혼자서 부는 대금, 모두를 위한 무대에서’라는 구절은 개인의 고독을 넘어 세상과의 연결을 상징한다. 시인은 그 숨결 속에서 인간성이 회복되는 길을 모색하며, 독자에게도 자신만의 호흡을 되찾기를 권한다.
맺는말에서 채담은 ‘이 시집은 들숨에서 날숨으로 향하는 여정’이라 적었다. 고통 속에서 맑은 생각을 찾고, 절망 속에서 진심을 회복하려는 그 여정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다시 숨 쉬는 시간’은 지친 삶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건네는 시집이다. 시대가 거칠수록, 그 조용한 숨결의 진심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다시 숨 쉬는 시간’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