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북스가 에세이 신간 ‘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을 출간했다. 저자 김은영은 전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 출신으로, 우리은행 서비스 아카데미,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인재개발팀 등 다수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스피치, 이미지 컨설팅 강사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성공을 부르는 스피치와 이미지 컨설팅’ 과목을 다년간 강의하기도 했다.
▲ ‘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 김은영 지음, 바른북스 출판사, 220쪽, 1만7800원
이 책은 단순한 암 투병기가 아니다. 20대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 시절 비행기 레스트룸과 해외 호텔에서 마주친 정체불명의 존재들, 1997년 괌 폭파 사고로 절친했던 동료를 잃은 경험, 이마를 30바늘이나 꿰매야 했던 밤의 교통사고, 칼을 든 젊은 도둑과 반지하방에서 나눈 기묘한 새벽의 대화까지, 저자는 그렇게 20대 이후 예고 없는 난기류의 연속인 삶을 살아왔다. 그 긴 세월의 종착지는 유방암 3기 진단이었고, 그 충격으로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얻었다. 오랜 강사 생활에서 터득한 회복 탄력성 이론도, 수십 권의 자기계발서도, 급기야 찾아간 마음 수련 단체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면제 두 알을 삼켜도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깨어나 새벽 아파트 정원을 서성이던 그날들, 그 입에서 절로 나온 한마디는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였다. 그것이 신앙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평생 하나님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승무원 시절에는 점집과 철학관을 찾아다녔고, 강사로 활동할 때는 자기계발서의 내용들로 스스로를 다잡았으며, 때로는 고요한 절을 찾아 마음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A/C와 탁솔이라는 항암 주사의 독한 고통 속에서 공황장애와 불면증이 기적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이 책은 ‘위암을 이겨낸 아버지에게는 매일 병원을 찾아온 제자들의 사랑이, 항암 병동의 젊은 환자에게는 딸의 짜증을 묵묵히 받아주던 어머니의 헌신이 회복의 힘이 되었다면, 나에게 그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 답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에는 암 극복기에 그치지 않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승무원을 그만두고 장당 500원의 꿈을 좇아 애니메이터에 도전했다가 텅 빈 통장으로 현실과 마주한 20대, 이후 강사로 다시 일어선 이야기와 같이 저자는 평생 꿈을 향해 달려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암을 통과한 뒤 꿈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꿈은 더 이상 성취와 성공을 향해가는 지난한 여정이 아니라는 것을. 사뮤엘 울만은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말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기 시작한다고. 암 병동을 빠져나온 그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인생 2회차의 시작이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과 비교하며 우위에 서는 대신, 꿈을 향해 가는 여정 그 자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법을 알게 됐다. 100세 시대, 진짜 젊음과 동안을 유지하는 비결은 가슴속에 꿈을 품은 사람에게서 온다. 꿈이야말로 마음속 주름을 없애는 가장 좋은 항산화제임을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이 여타 투병기와 다른 점은 단연 ‘유쾌함’이다. 항암약 이름이 욕설처럼 들리는 에이씨(A/C)라는 사실에서 웃음을 찾고, 생수처럼 맑아 보이던 탁솔에 더 독하게 당한 이야기를 자조적으로 풀어낸다. ADHD 자녀, 알코올에 기댄 남편, 지난한 현실 앞에 믿었던 십자가를 세 번이나 버렸다가 다시 찾아온 자신의 이야기도 무겁지 않게 담아낸다. 다년간 수천 명 앞에서 강의해 온 특유의 입담으로 쓰인, 솔직하고 유쾌한 생존기이자 삶의 극복기다.
이 책은 인생의 난기류 한복판에 있는 당신에게, 반드시 착륙의 순간이 온다는 것을 유쾌하고 담담하게 증명해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