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을 가진 나라의 대통령을 타국의 군사가 납치하는 희대의 폭력적 사태가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했다.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군사기지를 폭격하고 그 틈을 타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듯 미국으로 끌고 가는 어처구니 상실한 사건이 있었다.
국제법이나 외교협상 등의 수식어도 없이 자행된 이번 납치의 건은 힘이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무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아주 더럽고 악질적인 선례를 미국이 남긴 셈이다. 지난 20세기에 미국은 파나마는 물론 베트남과 이라크 등에서 강력한 침공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때만 해도 미국은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침공 전에 연합국을 결성해보는 등 주변 설득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변국에 대한 설득이나 눈치도 없었다. 오직 힘 그것뿐이었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미국의 이번 침공의 배경은 역시나 베네수엘라가 가진 석유라고 한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하자마자 미국은 자국의 석유회사들이 베네수엘라 석유 시추시설에 대한 지분이 있다며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노골적으로 탐냈다. 결국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제거하지 않으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미국이 가질 수 없다는 탐욕적 판단이 대통령 납치로 이어졌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힘이 있는 나라가 힘을 과시하는 행태의 정치와 외교는 끝이 나야 한다. 현재 지구상에 다른 나라를 침략할 만한 과시적 힘을 가진 나라는 몇 안 된다. 미국이나 중국 정도다. 그런데 그 한 축이 멋대로 힘을 과시하면 지금까지 눈치를 보던 나라들도 힘을 과시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진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는 배경을 미국이 제공한 셈이다.
오히려 중국의 대만 침공은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보다 덜 탐욕적이다. 17세기 이후 대만은 중국의 땅이었으나 내전으로 갈라진 것을 다시 합치겠다는 논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침공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이유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과 달리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을 자제하고 있다. 외교나 정치가 힘의 과시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논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정의가 이제는 제국주의 시대의 약육강식을 바라보는 것은 역사의 후퇴이며 인류의 퇴보를 의미한다. 2차 대전 발발 100년이 되어가는 동안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무게는 논리적이고 정의로워야 한다. 정의가 무너지면 지구촌의 질서가 붕괴하고 만다. 다음은 또 다른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강할수록 자신을 경계하고, 많을수록 겸손해야 하는 것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도 해당한다. 질서가 무너지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나 적개심은 미국 자신에게 당장에 이득은 될지 모르지만 미국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신호임을 미국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