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북이 에세이 ‘이층에서 본 거리’를 출간했다.
▲ 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이끈 ‘다섯손가락’의 리더 이두헌이 자전적 에세이 ‘이층에서 본 거리’를 출간했다
‘이층에서 본 거리’는 그룹 ‘다섯손가락’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이두헌이 지나온 삶의 순간들을 노래가 아닌 ‘글’로 다시 불러낸 기록이다. 그가 음악으로 쌓아온 시간과 감정, 무대 위에서 스쳐 지나갔던 순간들, 노랫말로는 끝내 다 담아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문장 사이에 머물며 독자를 한 시절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이끈다.
노래는 때로 멜로디보다 먼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서정적 지평을 넓혔던 ‘다섯손가락’의 이두헌은 우리가 오래도록 사랑했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 기차’, ‘풍선’, ‘사랑할 순 없는지’ 등의 노래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놓는다.
이는 가수가 아닌 작가로서 자신의 내면을 향한 기록이자 고백이다. 그는 노래가 만들어지는 순간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시간들을 담담히 되짚으며, 한 곡 한 곡에 깃든 개인의 서사를 문장으로 복원해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음악을 감상하는 경험을 넘어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 걷는 기억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책에는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 기차’, ‘풍선’ 등의 노래가 어떤 사연으로 만들어지게 됐는지 담겨 있다. 대학 시절의 짝사랑, 단 몇 분의 만남으로 끝나버린 관계, 비 오는 날 거리에서 떠오른 장면 같은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노랫말의 시작이 됐다는 것을 이두헌은 또 다른 글로 풀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시간이 흐르며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았다.
이두헌은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며 그 시절의 고독과 방황 또한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흔들리던 시간, 누군가를 좋아했지만 끝내 닿지 못했던 마음, 이유 없이 쓸쓸했던 날들 등 노래 안에서는 간결한 가사로 표현된 감정들이 글 속에서는 더 선명한 장면과 이야기로 다가온다.
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들이 겹쳐 있다. 이 책은 그 과정들을 따라가며 노래가 특별한 영감이 아니라 일상의 조각들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곡마다 담겨 있던 서사가 한 편의 수필로 되살아나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짧은 만남에서 비롯된 감정, 설명할 수 없는 상실의 순간, 지나간 청춘의 파편들이 모여 한 곡의 노래가 되고, 그 기억들은 다시 문장이 돼 독자 앞에 놓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익숙했던 노래들이 더 이상 배경음악에 머무르지 않고,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다시 들리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글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고독’과 ‘기억’이다. 그러나 저자는 고독을 회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의 곁을 가장 다정하게 지켜주는 존재로 바라본다. 청춘의 상처와 지나간 시간의 잔향, 그리고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의 온도는 문장 곳곳에 스며들어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서술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우리가 살아오며 마주했던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조용히 마주 보게 한다.
이 책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노래의 또 다른 층위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글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감정과 기억을 따라가는 문학적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바쁘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잊고 지냈던 자신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건넨다. 노래가 넘쳐나는 시대에 다시 ‘이야기’와 마주 앉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깊은 공감과 잔잔한 울림을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