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날, 내 고향의 기억

  • 등록 2025.07.23 1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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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재오

 

*전남 담양 출생

*공군사관학교 졸업

*미 오클라마호대 경영학 석사(MBA)

*공군대령 전역

*갑진개발(주)대표

 

 

그 여름날, 내고향의 기억

                                           김 재 오

찌는 듯한 무더위가
들판 위로 아지랑이 피어 오르면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그 시절
나는 보리밥 한술로 허기를 달래고
소 한 마리 먹일 깔망태 짊어지고
들로 산으로, 마냥 뛰어들었다

대숲 흔들리는 바람 속
허리춤까지 자란 풀잎 사이
해는 기울고, 어둑한 마을길 따라
땀에 젖은 내 어깨 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던 하루의 끝

부엌에선
보릿대 불 지피시며
호박전 뒤집으시던 어머니
밀가루 반죽에 팥을 푹 삶아
달큰하고 뜨거운 팥죽 한 그릇,
평상에 마주앉아 모깃불 냉갈에 눈물 흘리던 추억의
그 맛이 어찌 잊혀질까

남포불 흔들리는 밤길
들판 건너 부모님 마중 나가던
작고 용감한 소년의 두 다리
비료포대로 만든 부채로 손등 부쳐주시던
할머니의 주름진 손길은
여름밤의 바람보다 시원했다네!

호롱불 밝히고 책장 넘기던 그 밤
별빛보다 밝았던
그 시절의 눈망울
덥고 배고파도
행복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저 웃음으로 가득했던 날 들

이 밤
탁구 치며 흘린 땀을 식히고
막걸리 한 사발에
그때 그 시절을 띄운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도
그 속에 살짝 풀어본다

박종순 기자 escape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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