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대기> 편식이 심한 우리나라

2024.03.26 10:05:56

잘살아 보세!

사실, 나는 회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컹거리는 식감 때문일 수도 있고, 비린내를 싫어하는 영향일 수도 있다. 그래도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아니 늙어가는 동안 일부러 회를 먹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회덮밥 정도는 먹는다. 맛있게는 아니고….

 

▲ 고향 인왕산

 

여기에 설명을 좀 더 하자면, 나이 많이 들어서 나 때문에 제일 많이 고생하는 건 동료 기자들이었다. 회를 안 처먹기 때문에 맨날 맛없는 삼겹살집으로 회식 장소를 잡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심할 때 어떤 기자는 입에서 돼지 냄새난다고 삼겹살집 말고 다른 집 잡자고 한 적도 있다.

 

생각해 보면 돌아가신 우리 어머님은 내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싶다. 먹는 것도 별로 없지, 양도 작지, 거기도 덩치도 작은 편이다. 무엇보다 편식이 심했다. 그런데 말은 주절주절 잘했다. 오죽하면 이모들이 나만 보면 “저 녀석은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떠다닐 거다”라고 말할 정도 였다.

 

커 갈수록 부모님과 드라마를 같이 보는 경우는 드물어진다. 나름으로 생각이 있기 때문이겠는지도 하지만 갈수록 비밀이 많아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같이 본 드라마를 생각해 보면, 많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중에서도 어떤 여배우가 “뭐야!”를 비틀어 말하는 사극이 생각난다. 아마 ‘여인 천하’라는 드라마일 것으로 기억난다.

 

여배우들 연기가 훌륭했지만, 한편으로는 뭐 저렇게 소심한 왕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나중에 커서 알아보니 조선 명종 시대의 이야기였다. 대비와 왕비의 등쌀에 곡기를 스스로 끊어 죽어버린 소심했던 왕, 그러나 효심은 깊었던 명종을 끼고 ‘대윤’과 ‘소윤’이 등장하고 정난정이 판을 치던 시대의 이야기가 ‘여인 천하’라는 드라마이었다. 여자가 무서워 후사까지 없었던 명종의 선택은 백성을 버리고, 나 혼자 ‘잘살아 보세’를 외치며 도망간 선조를 후계자로 삼는 우를 범하기까지 한다.

 

그때부터였었나 싶다. 왕이나 지도자가 백성을 버리고 토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던 시기가 말이다. 근대에 들어서 이승만이라는 희대의 대통령이 저 혼자 대전으로 도망가고, 한강 다리를 끊어 수도권 시민들이 공산군의 수중에서 도망도 못 가게 막아버렸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기까지 했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더욱 충격적으로 배우는 사건들이 많아질수록 머리가 띠용하고, 깜짝 놀라지는 사건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별일 다 있었네! 정도다.

 

나이가 들어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이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패망 직후 바로 독립했었다는 사실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수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즉시 독립은 거의 없었다. 한국만이 유일했었다. 수많은 독립군이 잘 싸워준 결과 덕분에 연합국의 일원으로 독립했었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됐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의 노력은 과소평가하고 오직 미군 덕분에 독립한 줄 알고 있다.

 

덕분에 나라가 나누어져 이리저리 대립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나 북한이나 거의 동시대에 미사일을 쌓아 올리는 업적을 보이고 있다. 참! 한민족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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