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나 SNS상에서 인기를 끄는 직업 중의 하나가 웹툰 작가이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웹툰’ 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겠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만화이다.
과거와 달리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좋은 직업이 되었지만, 아직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용인시의회 박은선 의원이 지난 4월11일 용인시의회 제272회 임시회에서 경기도 최초로 ‘만화`웹툰 진흥조례안’을 발의했으며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에 경인뷰가 박 의원을 만나 조례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았다.
▲ 용인특례시 박은선 의원(국민의힘)
1. 용인특례시의원이 생각하는 용인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입니까?
간단하게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날의 청년세대는 노동가치가 무너져 착실하게 일하면 근로소득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N포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용인시는 인구 110만의 특례시이자 수도 서울 인근에 위치한 수도권인데도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문제가 되는 지방소멸 문제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용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일자리와 먹거리를 찾아 용인을 등지고 떠나지 않도록, 용인 안에 둥지를 틀고 먹고 살 수 있게, 나아가 인근 도시의 유망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살펴야 합니다.
2.이번 만화·웹툰 진흥 조례안을 만들게 된 계기와 예상하는 효과는?
문화예술계에 몸 담은 기간이 깁니다. 문화예술인의 숙명과도 같은 가뜩이나 고달픈 삶을 알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오늘날에도 마땅한 수입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문화예술인이 즐비하지만, 그들의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만 주어진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역량을 펼치곤 합니다. 만화와 웹툰계 또한 그럴 것이다.
조례 입안단계부터 조례가 제정됐을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했습니다.
아직 용인은 인근의 부천시처럼 만화·웹툰 관련 인프라와 기반 시설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관내에 용인예술과학대학교라는 업계에서 유명한 만화·웹툰과를 보유한 학교 이외에도 만화·웹툰 관련 학과가 있는 다수의 대학과 학원이 있습니다.
이 조례를 기반으로 관내 기관과 연계한다면 만화·웹툰을 용인시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고, 용인시 자체가 만화와 웹툰으로 유명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다봤습니다.
본 조례 제정을 통해 용인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경제가 활성화되고 만화·웹툰 산업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3.이번 조례 통과로 용인시의 문화정책 일부가 수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용인시 문화공모사업에 웹툰과 만화가 포함되면, 다른 시군 소재에 거주하는 참여자도 있을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따른 용인시의 대응 방향은?
조례가 시행되고 진행될 용인시 문화공모사업에서 첫 한두 해 정도는 지원대상을 용인시민들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엄격하게 평가할 것이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만화·웹툰 작가 지망생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제정된 조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비단 용인시민뿐만이 아니더라도 용인 소재의 대학, 용인 소재 중·고등학교 등 지원대상의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봅니다.
결과적으로 이 조례가 갖는 지향점은 타 시군민들도 '웹툰'하면 용인시를 생각하고 '웹툰을 하려면 용인시에 가야한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당 공모사업에 필요한 비용은 용인시민들의 혈세이니, 최대한 용인시민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살필 방침입니다. 또 사업이 거듭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적정선의 윤곽이 서서히 잡히리라 생각합니다.
4. 용인시의 문화사업 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용인시 문화사업을 용인 밖의 사람들이 보는 용인의 문화. 즉 '용인시의 정체성'과 용인 안의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생활'로 나눠서 보고 있습니다.
용인 밖의 사람들이 보는 용인의 문화는 결국 관광과 맞닿아 있습니다. 용인은 특색있는 도시입니다. 대규모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농사를 짓는 도농복합도시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또한, 용인에는 고려 서리고려백자요지, 처인산성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유적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특색을 살려 용인 밖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관점을 엮어 용인 안팎의 사람들을 모두 끌어당길 수 있는 체감형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용인에는 타 지자체에서 보기 드문 경전철이 있습니다. 각각의 역마다 테마를 잡고 꾸미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관이 주도해서 끌고 가기보다, 관내 문화예술가들이 주도해 진행했으면 합니다.
이들만큼 용인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전문가는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들에게는 역량을 펼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용인시에는 용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을 활용할 기회가 되리라고 봅니다.
5. 향후 더 개발하고자 하는 조례안은 무엇입니까?.
조례는 시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의원의 업무영역이면서 시의원의 성과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 잘하는 시의원으로 평가받고자 '전국 최초'와 같은 타이틀에 집착하며 조례를 제정하기보다 시민들의 삶에 직접 도움이 되고, 와닿는.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고 싶습니다.
이번 웹툰 조례도 이 같은 생각을 밑바탕으로 준비했다. 지역 미술학원에 전화도 하고, 전문가들도 직접 찾아다니며 조언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용인시민들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싶습니다.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문화예술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조례입니다. 이번에 조례를 준비하면서 ‘검정고무신’의 故이우영 작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작가의 극단적 선택은 결국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이 원인입니다.
예술인들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예술인 종합지원센터’를 조성해, 문화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한다든지, 저작권 교육 등을 통해 몰라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돕고 싶습니다.
6. 끝으로 시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
'사람마다 가슴에 추를 안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추의 무게와 크기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나이가 많다고 무겁지도, 나이가 적다고 가볍지도 않은 법입니다. 그렇기에 청년들에게 '힘내라', '도전해라' 같은 상투적이고 가벼운 말은 던지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시의원인 제가 시민들, 청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보다는 시민분들께서 시의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시의원이나 정치인이란 존재가 낯설고 어려울 수 있겠지만, 고민거리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이야기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화·웹툰 진흥 조례를 제정할 때도, 주변의 젊은 청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정말 소중합니다.
결국,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건 '정치'입니다. 때문에 임기 동안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의원이고 싶습니다.
다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를 뽑아주신 시민들도, 그렇지 않은 시민들도 모두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