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퇴근 시간이 나보다 빨라, 집에 일찍 도착한 안 사람이 경찰에서 뭐가 왔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고 하며 전화했다.

무슨 일일까?
남겨진 쪽지에는 수원의 한 경찰서 형사합의과에서 등기를 보냈다는 간단한 내용의 우체국 쪽지가 붙어 있었다.
경찰이 나에게 서류를 보냈다는 일 자체가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어 최근에 내가 무슨 범법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생각에 걸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 우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잘못된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했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듯싶었다. 최근 탐방과 경제 기사에 주력했기 때문에 피해 자체가 발생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신자가 ‘형사합의과’라고 되어 있었다.
‘형사합의과’, 조사 1과나 2과도 아니고‘ 합의과?’
통상 합의하려면 당사자 합의 전에 내용을 고지하는 것이 원칙이고, 형사과에서 합의를 유도하는 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닐 터인데. 합의과에서 등기를 보냈다는 것 자체가 궁금증을 유발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업무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쪽지에 남겨진 우체국 직원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집 방문 예정 시간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등기라면 반드시 인수자가 서명을 해야하는 우편이므로 다시 가지고 갈 확률이 높았기에 집에서 우편을 받아보기로 했다.
출근과 동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 우편물을 받았다. 우편물을 전달해준 직원은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집배원이었다. 순간적으로 집배원이라는 직업이 남성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집배원이 워낙 미인이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현실을 눈으로 체험했다.
가뜩이나 일자리 부족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집배원 자리까지 위협받는 시대….
아들 두 명을 둔 사내로서 당연히 드는 생각….
다시 회사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그런 생각들이 잠깐 들었지만 주 생각은 등기의 내용이었다.
등기우편의 겉표지에는 발송처가 수원지방법원으로 되어 있었다.
몇 년 전에 민사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갔었던 선례가 있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성격이 급한 건지 결국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내용물을 열어봤다.
“귀하는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후보자이므로 2025년 12월 00일, 00시까지, 수원지방법원 000호 실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죄지은 거 없어도 경찰서나 법원에서 출석해 달라고 하면 가슴이 떨리는 일은 어쩔 수가 없는 본능인가 싶었다.
만일 출석하기 어려울 때는 정당한 사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었지만 불출석 이유가 전혀 없었다.
국민참여재판이 소중한 또 하나의 경험이 될 듯싶었다. 그래서 적으라는 인적 사항과 문구를 열심히 적어 다시 우편을 보냈다.
반드시 참석하겠노라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