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만 알면 더 맛있는 밥 먹을 수 있어
쌀값 폭락 속 가격 천차만별
전 국민이 매일 매일 밥을 먹고 있음에도 전국적으로 쌀이 남아도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밥을 먹는 것은 어제 오늘 그리고 매일 해야 할 일이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쌀밥을 먹는 다는 것은 운명에 가깝다. 그러나 누가 더 맛있는 밥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조금 생각해 볼 문제다.
같은 쌀인데 지역에 따라 또는 식당에 따라 천차만별의 밥맛의 차이를 보이는 것에는 이유가 많다. 밥맛의 결정 하는 가장 큰 차이는 쌀을 매입하는 순간 결정된다.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는 일이지만 쌀은 종류도 많고 제각각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애초에 쌀을 구입할 때 눈여겨보면서 쌀을 구입한다면 본인은 물론 자녀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생산이력표기' 확인하기
대형 할인점이나 농협 마트에서 쌀을 매입할 때 소비자들이 눈여겨 봐야할 것이 바로 쌀의 생산이력표기다. 쌀의 생산이력표기는 지난 2006년부터 의무적으로 쌀 포장지에 하도록 되어 있다. 생산이력표기에는 도정날짜와 쌀의 품종 그리고 완전미 등급이 적혀 있다. 즉 쌀의 기본적인 풀질표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생산이력표기만을 본다고 좋은 쌀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이력표기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생산이력표기에 나와 있는 간단한 표시들만 이해해도 좋은 쌀을 고르는 좋은 눈을 가질 수 있다. 먼저 도정날짜를 보면 쌀 마다 제각각이다. 도정이란 벼에서 쌀로 가공한 날짜를 말한다. 쌀은 벼 상태의 낱알 껍질이 벗겨지는 순간 표면이 산소와 접촉해 산화되기 시작한다. 통상 도정날짜가 20일이 지났다면 묶은 쌀이 된다. 우리 아이에게 묶은 쌀을 먹여주고 싶지 않다면 도정날짜 확인은 필수다.
두 번째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쌀의 품종이다. 고급쌀 품종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체로 쌀 품종이 ‘오대쌀, 추정, 고시히까리, 신동진’이라고 적혀 있는 쌀을 골랐다면 잘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대쌀’과 ‘신동진’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쌀 품종으로 오랜 시간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 경기미로 알려진 추청(아끼바레)과 고시히까리는 일본 품종이지만 이미 국내에 정착된 지 10년이 넘은 토착화 된 고급쌀 품종이다.
쌀은 품종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뉜다. 조생종은 추석 전에 수확을 해서 먹는 쌀이며 남도지방 쌀이 많다. 생육일수가 짧아 다수확에는 유리하지만 깊은 밥맛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중생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추석 전에 수확을 하고 그 땅에 다른 농사를 짓기 위해 재배하는 쌀의 종류들이 많다.
그러나 ‘추청’이나 ‘고시히까리’의 경우처럼 만생종이거나 중만생종은 태양에너지를 가장 오랜 시간동안 받으며 자라왔기 때문에 같은 쌀이라고 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마트의 쌀 코너에 가면 가끔 쌀 판매대 위에 ‘추청미 세일’, ‘고시히까리 세일’이라고 하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맛있는 쌀을 싸게 판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선택한 쌀의 생산이력표기 품종란에 ‘혼합’이라고 되어 있다면 이것 저것 남는 쌀을 포장했다는 뜻이다,
품종 확인을 하면서 생산지역을 눈여겨보는 것은 센스다. 쌀의 품종과 생산지역은 깊은 관계가 있다. 조생종 주 생산지에서 만생종을 키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쌀의 등급 확인
또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이 쌀의 등급이다. 쌀의 등급은 도정이 끝난 후 쌀을 포장지로 옮기면서 깨진 쌀이나 색깔이 변한 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쌀을 골라내는 기준이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등급 또는 등위를 표기하지 않고 파는 쌀이 많았다. 자세히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급 브랜드 쌀의 경우 등급표시를 하고 있다. ‘이천 0000 쌀, ’평택 0000, ‘여주0000 쌀, 화성 0000, 수원0000 쌀’등의 포장지를 잘 살펴보면 등급표시가 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쌀들은 가격과 상관없이 일단 좋은 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등급 쌀은 한마디로 등급검사를 하지 않고 파는 쌀이다.
완전미 비율
마지막으로 완전미 비율 이라는 것이 있다. 완전미 비율이 95%라고 되어 있다면 단일품종의 쌀이 95%이상 있으면서 쌀알의 크기도 일정한 것들만 포징지에 넣어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쌀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쌀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 함량이 6.5g(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좋은 쌀이며 질소비료를 덜 사용했다는 뜻)이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좋은 쌀로 밥을 지었는데 맛이 밥맛이 없다면 그건 밥을 태웠을 때뿐이다.
좋은 쌀을 아이에게 먹여주고픈 심정은 누구나 다 같지만 현실에서 좋은 쌀로 밥을 먹는 것은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완전미를 표방하는 브랜드 쌀의 가격은 일반 혼합미 쌀보다 통상 20% 이상 비싸다. 그래서 일반 식당에서는 비싼 브랜드 쌀 대신 혼합미를 많이 사용하거나 수입쌀을 주로 사용한다. 미국산 칼로스를 밥쌀로 사용한다면 우리나라 브랜드쌀보다 두 배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만든 셈이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쌀은 집에서 부모가 해주는 밥쌀이 최고로 좋은 쌀 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전경만 기자. jkmcom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