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추상展’을 펴냈다.
▲ 이항래 지음, 좋은땅출판사, 280쪽, 1만7000원
‘추상展’은 청계천과 숲, 일상의 자연 속에서 저자가 마주한 ‘추상의 풍경’을 모아낸 작품집으로, 재현을 넘어선 사진예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술은 오랫동안 ‘추상’이라는 이름으로 재현을 벗어나려 해왔다. 그러나 ‘추상의 풍경’의 저자 이항래는 역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추상을 ‘다시 재현하는’ 여정을 담아냈다. 그의 사진 속 형상들은 의도된 연출이 아닌 사물 스스로 만들어내는 우연의 조형이다. 저자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선과 면, 물길의 흔들림이 남기는 색의 층위, 나무의 무늬가 드러내는 감각적 패턴 등 일상 속에 이미 존재하지만 우리가 쉽게 지나쳐온 장면들을 포착한다.
저자는 소개에서 밝히듯 사물의 ‘잘 보이려는 치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속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이다. 이전까지 ‘은유로 말하다’, ‘의미를 담다’, ‘길에서 생각을 얻다’, ‘생각, 붙들다’, ‘여백’ 등 다섯 권의 책을 발표해 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 특히 추상의 미학에 집중한다.
이항래의 사진은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것도 특징이다. 화려함이나 극적인 구도를 추구하지 않는다. 대신 물결 위로 스며드는 빛의 결, 나뭇가지가 만든 자연스러운 리듬, 투명한 색의 겹침 등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울림을 통해 ‘보이는 세계 너머’를 끌어올린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순간을 붙잡아 사유로 확장시키는 저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추상展’은 결국 ‘보는 법’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이 사실은 수많은 추상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름 붙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세계가 끊임없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일깨운다. 사진예술의 새로운 감각을 찾고 있는 독자, 일상 속 자연에서 사유의 단서를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상展’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초대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