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출판사가 ‘주먹’을 펴냈다.
▲ 강준 지음, 좋은땅출판사, 232쪽, 1만6900원
공권유술 창시자 강준 관장의 신작 ‘주먹’은 무술을 기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선택과 철학의 문제로 확장하는 독특한 무도 인문서다. 이 책은 싸움을 다루지만, 폭력이나 승패가 아닌 ‘언제 주먹을 쥐고 언제 내려놓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둔다.
‘주먹’에는 강준 관장이 직접 그린 13점의 그림과 13개의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연필로 그린 낙서 같은 그림 속에는 주먹이 멈추는 순간, 발끝이 허공을 가르는 찰나, 그리고 싸움 이후 남는 침묵이 담겨 있다. 이는 화려한 기술 설명보다 싸움의 본질이 마음과 선택에 있음을 직관적으로 전한다.
책은 넥크랭크, 암바, 타이밍, 타격 기술 등 실제 격투 장면을 다루면서도, 이를 단순한 기술 해설에 머물지 않는다. 각 기술은 인간의 결단, 두려움, 존엄과 연결되며, 싸움이 곧 삶의 은유임을 보여 준다. 강준 관장은 승리가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잃지 않는 데 있음을 반복해 강조한다.
공권유술의 철학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공권유술은 ‘이기는 무술’이 아니라 ‘지키는 무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보다 멈출 줄 아는 용기와 책임을 가르친다. 저자는 수련과 대련의 경험을 통해, 강함이란 공격성이 아니라 통제력과 선택의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주먹’은 매트 위의 싸움뿐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갈등과 관계, 자기 내면의 싸움까지 아우른다. 이 책은 무술인뿐 아니라, 삶의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주먹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무술·예술·철학이 만나는 새로운 형태의 기록으로 자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