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와 19세기를 낭만의 시대라고 하지만 낭만보다는 제국주의의 지독한 악취가 더 심했던 시대이다. 그런 와중에도 중국이라 일컬어지는 제국은 무너질 듯, 무너질 듯하면서도 굳건했다. 전 세계의 우월한 기술들은 모두 제국 중국에 있었다.
서방 열강이라 불리던 나라들의 은은 모두 중국제품을 사는 데 사용됐으며, 은본위 화폐 제도를 하고 있었던 청나라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은을 빨아들였다. 은을 중국에 사용한 나라들은 다시 그 은을 되찾기 위해 절대 사람에게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마약을 중국인에게 팔기 시작했고, 자본주의에 첨단을 걷고 있으면서도, 폐쇄적 정치를 고집했던 중국은 서서히 침몰했다. 그리고 백년 이상을 잠들었었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지금 미국이 딱 이백년 전의 중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전 세계의 중심으로 달러를 무기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 달러가 과거 중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은과 비슷하다. 그리고 자유무역 대신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의 전체무역량 축소를 가져오고 있으며, 전체무역량의 감소는 달러의 약세와 미국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현실은 앞으로 다가올 미국 달러 채권의 문제다. 영향력이 낮아진 나라의 채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머리 아픈 문제다.
미국이 트럼프의 정책 하나로 지금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과거의 중국을 보면 이런 식으로 천천히 기울다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시점이 있었다. 그 시점이 앞으로 백년 안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이 아니고 한국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늘 강대국의 그늘에 숨어왔던 조선은 중국 전성시대에 두 나라를 믿었다. 하나는 임진왜란이라는 나라가 멸망할 정도의 전쟁에 도움을 준 명나라이며 또 다른 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다. 명나라는 실제 조선을 많이 도왔다. 20만 파병, 쌀 30만 석을 조선에 보냈다. 이때 조선을 도운 명나라의 황제가 만력제다. 이 이후 우리나라 곳곳에 만력제의 사당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명나라가 부패라는 먹이에 스스로 망하고, 청에 의한 중국 지배가 현실이 되자 조선은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를 대국이라 하며 그들을 따랐다. 그게 무려 이백 년간이다. 지금 보면 한심하지만, 지금 미국이 보호무역을 펼치며 한국에 요구하는 많은 것들, 주만 미군 군사비 증강과 관세 압박 등을 보면서 미국을 여전히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백년 뒤에 한심하게 보지 않을까?
현재 어떤 나라가 강자이고 또 어떤 나라가 약자인지는 쉽게 알 수 있지만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미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일제 식민시대에 살며 친일했던 많은 사람이 그랬다. 특히 2차 대전의 전쟁 소용돌이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일본이 망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 하고 친일의 한길을 갔다. 그게 역사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지금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정치지도자들은 새 옷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또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방향을 결정할 지도자들이 어떤 결정들을 할지 갈피도 못 잡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피부로 느끼고 있을 수 있다. 이때에도 오직 미국이라고 부르짖으며 우리의 살길을 모색하지 않는 정치집단이 있다면 그들은 제2의 이완용이며, 윤치호이다.
이 땅에 외국군이 들어와 장기 주둔한 것이 1884년쯤의 일이고, 지금은 2025년이다. 이쯤이면 이 땅에 외국군이 주둔하지 않는 자주 국가의 모습을 보일 때도 됐다. 미국이 망하는 일이 빠른지, 한국이 진정한 자주국이 되는지의 역사를 보려면 앞으로도 백년을 더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