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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의 보물 서예 천재 효란(孝蘭) 김은자

서예 입문 5년 만에 인사동 초대전 작품전시
금강경 옮겨 쓴 병풍작 찬사 받아


“서예 입문 5년 만에는 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힘들다. 겨우 5년 배운 사람이 인사동 같이 서예대전이 자주 열리는 곳에 초대받아 작품전시회를 했다면 아마도 서예 천재라고 보는 것이 옳다” 서예공부를 오래 했다는 어느 선생의 말이다. 그런데 오산에서 정말 서예를 배운지 5년 만에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친 사람이 나타났다.


   ▲ 효란(孝蘭) 김은자 씨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오산에 거주하는 효란(孝蘭) 김은자(75년생)씨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한국에 귀화한 김 씨가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경이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가게일이 너무 힘들고 짬을 내기가 어려웠던 김씨는 노동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생각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서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하다 보니 늘었다고들 하더라!”라고 말하는 김 씨는 자신을 처음 서예에 접하게 해준 선생님이 “한가한 시간에 글씨체를 눈여겨보라”는 말을 듣고 남편과 함께 글씨체 유람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김 씨의 천재성은 일찍 입증됐다. 서예에 입문한지 딱 한 달, 제대로 서예를 배웠다고도 볼 수 없는 그 한 달 뒤에 마침 수원에서 서예대전이 열렸다. 이때 김씨는 서예대전 자체가 궁금해서 참가했었다.

2014년 8월 수원에서 개최된 ‘정조대왕 서예대전’에는 많은 사람이 참가했었다. 그리고 뜻밖에 김 씨가 당당하게 입상하는 기적을 보여줬다. 당시 모두들 “정말 서예 배운 것이 한 달밖에 안됐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라고 한다. 이어 2015년 10월, 오산에서 열린 ‘독산서예대전’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다. 서예수업 1년 조금 지나서 장려상까지 받자 김씨의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의 남편 이원창씨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외조(外助)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서울 인사동에 가서 좋다는 벼루와 먹을 구입하고 질 좋은 종이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김 씨가 어디 좋은 글씨를 보러 가자고 하면 주저 없이 동행해 주었다고 한다. 또 부인이 글을 쓰기 전에 먹을 정성껏 가는 것도 이원창씨의 몫이 됐다.

그러던 지난 2016년 늦가을쯤 김 씨는 충북 진천에서 열린 세‘계 서예 백인전’을 보고나서 “좀 더 열심히 매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또 당시 백인전에 참가하고 있었던 “월당 김진태 선생의 고언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후 좀 더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김 씨는 “글씨라는 것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저 글씨 일수 있으나, 서예를 좀 아시는 분들이 본다면 잘된 글씨와 잘 못된 글씨를 너무 쉽게 찾아낸다. 그래서 잘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어떨 때는 같은 글씨는 수백 번 써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지만, 또 어떨 때는 단 한 번에 좋은 글씨가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씨는 “글은 마음의 상태가 아주 중요한데, 오랜 시간 동안 쓰는 것보다 글을 쓰는 매순간마다 정성을 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음과 몸에 정성을 들이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 다양한 김효란 씨의 작품들

또한 김 씨는 이번 인사동 ‘필묵의확산전’ 참가에 대해 “초대전 통보기간이 너무 짧아서 많이 준비를 하지는 못했다. 한 달 반 동안 25개의 작품을 준비해갔다. 그중 병풍에 금강경 5175자(字)를 써내려간 작품은 정말 많은 분들이 잘하셨다고 칭찬해 주셨다. 고생은 됐지만 보람이 있었다. 글을 꼭 남이 알아줘서 쓰는 것은 아니지만 병풍 한 폭에 660자(字)를 같은 글씨체로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남들이 알아주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앞으로 “사필에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필' 또는 '사경'이라고도 하는 작업은 아주 작은 붓으로 경전을 옮겨 적는 일이라고 한다. 김 씨는 “사필에는 많은 시간과 함께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착실하게 준비해서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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