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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어의 미학/ 노재연

노재연(1941~)

전북 전주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군산 수산대학 교수 역임

수성고등학교 교장 퇴직

한국시조협회 신인 문학상

한국시조협회 등용문 금상

한국시조협회 시조문학상 본상

수원문인협회 홍재문학상 우수상

시조집 달빛 세레나데

 

 

 자모를 늘어놓고 짝 맞추듯 조합하다

조사助辭 하나 심술 부려 반란을 일으키면

언제나

알타이어는

처음 보는 사막이다

 

 

정신이 가물가물 비틀대는 심야에

혼불이 일렁이면 시구절도 깜박깜박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

멀리서만 가물댄다.

 

 

체온이 서려있는 손때 묻은 원고지에

불현듯 철자 하나 그 의미를 찾아갈 때

시인은

꽃 한 송이를

마음 밭에 피운다.

 

 

 

 

시 읽기/ 윤형돈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인간은 언어의 집 속에 살고 있다.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인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 세계를 인식한다.

 

성경에서 강조하는 단어는 말씀이다. 말씀의 로고스(logos)로 세상을 창조한 기록이 창세기다. 라는 것은 언어로 지은 집이다. 오세영 시인의 말을 빌리면,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 도피이며 탈출이다 시는 모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원래 모순덩어리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물을 논리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상하, 전후, 좌우, 生死 자체가 모순인데 말이다. 모순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이다. 모순의 진실, 그 속에 의미가 있고 울림이 있다. 모순과 역설이 토대가 될 때 시가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말이 아니라 대상이 하는 말을 듣는 이가 시인이다. 그것이 총체적인 진실이라면 울림이 있다. 울림은 깨달음이다. 깨달음을 통해서 예지를 얻는다.

 

언어학을 전공하고 알타이어족의 후예를 자처하는 시인은 詩語자모를 늘어놓고 짝 맞추듯 조합하기를 거듭한다. 그러다가 조사 하나가 도움닫기를 잘못하는 날이면 문장 구조가 헝클어지고 반란을 일으켜 사막화 현상이 일어나기 다반사다.

 

望八의 시인은 정신이 가물가물 비틀대는 심야에 푸른빛이 감도는 혼 불이 일렁이면 시구절도 깜박깜박 혼미한 상황이 되고 만다. ‘혼 불은 피를 말리고 뼈를 깎으며 쓴 절체절명의 다른 이름이다

 

전심전력으로 세상 명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불사르고 온 몸을 불태운 소신공양의 책, 손 때 묻은 원고지에 불현듯 철자 하나 그 의미를 찾아갈 때, ‘시인은 꽃 한 송이를 마음 밭에 피운다.’고 했다.

 

각고의 연단 끝에 드디어 시 한편이 완성된 것이다. 평생을 몸 담았던 교단에서 은퇴한 시인은 이제 용주사 범종처럼 무심한 세월 따라 침적沈積하는 맑은 소리의 시를 쓰고 싶어 한다. 그가 다루는 알타이어 語族은 허다히 말라죽고 어쩌다 미학으로 꽃피지만, 모국어의 직심으로 숨 쉬는 문학적 환생을 위하여 그는 결코 멈추지 않고 서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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