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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기미①> 나아가지 못하는 경기도 농정

경기미 품질 10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것 없고 오히려 후퇴
고품질 경쟁 대신 인맥경쟁만 남은 친환경 쌀
보조금 없다면 경기미 경쟁력 최약체

경기미의 경쟁력을 세계최고 수준으로 만들어 수출까지 해보겠다던 경기미의 고품질화 작업은 멈춰서고 경기미의 품질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그리고 경기도 농정의 목표 또한 경기미의 품질 고급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아니고 ‘잘사는 농민 만들기’가 올해의 농정 목표라고 한다.

 

경기도 농정 관계자는 최근 농가에서 재배하는 벼들이 “고품질 브랜드 쌀 생산을 위한 벼 재배가 많이 줄어들고 대신 친환경 벼 재배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친환경 논농사를 하겠다는 농가가 급증하고 있으며 경기도 농정국도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친환경 쌀 재배가 고품질 경기미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경기도 31개 시군 농협에서 생산한 경기도 브랜드 쌀

 

고품질 경기미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0년대 초반에는 경기도 31개 시`군 모두 고품질의 경기미 재배를 위해 엄격한 기준들을 만들어 냈다. 동할미나 깨진 쌀이 없고, 쌀의 크기가 일정해야 하는 완전미 비율은 90% 이상에서 95% 까지 상향되고 단백질 함량도 6.5g기준에서 더 떨어뜨려보겠다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질소 시비량 또한 함께 줄이면서 벼를 재배해 보려는 기술적인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어는 순간 이런 노력들이 중단되고 고품질 보다 친환경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농정 관계자들이 친환경 농사로 돌아서려는 이유는 고품질 경기미를 생산하는 것보다 친환경 쌀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논의 면적을 줄여서라도 쌀의 절대생산량을 줄이라는 박근혜 전 정부의 행정명령이 아직 유효하고, 친환경 이라는 딱지만 붙으면 고품질 경기미보다 비싼 가격에 학교급식으로 납품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친환경 쌀의 학교급식 진출은 경기미 품질 저하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고품질 경기미는 쌀의 품질 상태를 알 수 있는 ‘등위’표기까지 하면서 살얼음판 경쟁을 해야 하지만 친환경 쌀은 학교급식을 통해 판매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대신 인맥경쟁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가격이 비싼 친환경 쌀이 학교급식용 쌀로 선정될 수 있는 것은 학교의 재정상태가 좋아서는 아니다. 바로 쌀을 생산하는 지역이 속한 시`군에서 학교가 쌀을 매입하는데 부족한 돈을 보조해주기 때문이다. 친환경 쌀농사는 해당 시`군의 재정보조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쌀 들 중에 하나다. 이미 친환경 쌀을 학교급식용 쌀로 40%이상 대체한 어느 시군 관계자는 “친환경 쌀은 보조비가 없으면 사실상 판로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대형마트에서 실제 유통되고 있는 쌀 들중 친환경 쌀은 드물다. 반면 학교급식에는 친환경 쌀들이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고품질 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실제 많은 쌀들이 유통되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간혹 친환경 쌀들이 몇몇 보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경쟁력은 고품질 쌀을 내세운 브랜드에 크게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쌀을 생산하고 있는 전라북도 김제의 경우 ‘신동진’이라는 품종을 내세워 쌀을 재배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마지막으로 실시된 쌀의 식미테스트에서 우승하고 대한민국 명품쌀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이 생산한 쌀의 60%는 수도권에서 소비되고 있다.

 

반면 지난 수년간 경기미가 광역적으로 열린 쌀의 식미테스트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거의 없는 것은 경기도 농정이 수출이 가능하고, 일본쌀과 국제시장에서 품질로 겨루어 이겨보겠다던 농정의 목표를 상실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또한 대한민국 인구수의 절반이 산다는 수도권에서 보조금을 등에 없고 학교급식용으로 쌀을 납품하게 되자 더 이상 품질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엉뚱한 결과물이 경기도 고품질 쌀의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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