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정치인들만 모르는 이야기

안주 값보다 술 값이 더 비싼 시대

애주가들이 즐겨먹는 술중에 ‘노을주(酒) ’라는 것이 있다. 석양에 해가 걸려 하늘이 붉게 물 들어가는 시간에 먹는 술을 ‘노을주’라고 한다. 이 시간은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퇴근하는 시간대이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친구들 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퇴근하면서 노을을 등지고 술을 먹다보면. 어느 사이 해는 사라지고 그림자가 어둠에 묻히는 시간까지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세 번째 잔이 넘어가게 된다. 그러다 술병이 동이나면 “사장님, 술병에 금 안간 걸로 하나 더 주세요. 술이 정량보다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농담까지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풍경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돈 쓰는 재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청년들이나 한턱낸다며 술을 먹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과거와 같은 술 먹는 풍경은 생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술값이 밥값만큼이나 비싸졌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가끔 먹는 반주 한잔의 가격이 오천원인 세상이다.



술을 좀 먹는 다는 친구 세 명과 삼겹살집에 가서 삼겹살 삼인분을 시켜놓고 술을 먹다보면 술값이 안주값을 상회하기 일쑤다. 이만원도 안하는 치킨에 소주 다섯 병을 먹으면 술값만 이만오천원이 된다. 술을 안 먹으면 될 것 같지만 술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이라는 말처럼 애주가에게는 생활필수품이다.

이런 생필품값이 어느 사이 안주값을 뛰어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내릴 것 같았던 담뱃값은 요지부동으로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배추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점심값이 또 들썩거린다. 그깟 점심이라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먹어야 일하고 먹어야 산다. 사치품으로 덧칠을 하고 사는 사람을 제외하고서 생필품의 가격이나 점심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치인들 밖에 없다. 물가가 뛰었다는 세비인상의 핑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논의하는 남북정상회담도 좋고, 남북화해협력과 남북이 동반해서 잘 살사는 것도 물론 아주 중요한 문제고 꼭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지만 당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생필품의 가격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인들만 모르는 생필품 급등의 고통 속에서 또 노을주 한잔 걸치자며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포토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