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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이 사람이 되어가는 역사의 현장에서


  은행들의 텔러마케터 정규직화에 박수를 보낸다.

            <전경만의 와이즈 칼럼>

일상에서 우리가 흔희 접하고는 있지만 실제 얼굴은 보지 않고 대화로만 접촉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핸드폰 요금 문의를 하거나 전기세 고지서 하나만 이상하게 나와도 전화를 들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대화로만 만날 수 있는 텔러마케터다.

텔러마케터 하면 주로 홈쇼핑이나 인터넹 쇼핑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텔러마케터들은 상당히 넓은 범위의 직업군에서 각양각생의 얼굴로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이거나 무기파견계약직이라는 점이다. 무기파견계약직은 사용주와 고용주가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을 최악의 무기파견계약직 고용국가라고 수년째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최악의 고용형태라는 무기파견계약직 텔러마케터를 이용하는 회사는 민간회사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전화를 들고 경기도청 혹은 경기도교육청 그리고 시청에 전화를 해보면 제일먼저 수화기 너머에서 정다운 목소리로 “반갑습니다. 00시청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는 사람 대부분이 무기파견계약직 텔러마케터들이다.

관공서들이 이런 형태의 위탁계약을 우후죽순처럼 맺기 시작한 것은 민선5기 들어서이다. “민원은 행정서비스이다”라는 개념이 정립되면서 민원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며 도입했다. 기억하기로는 경기도에서는 수원시청이 제일먼저 도입했다. 무기파견 계약직이 아주 질이 나쁜 고용형태이며 자본주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최악의 반인권적 제도라는 경고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우스운 꼴만 당했었다. 돌이켜보면 이 당시부터 수원 민선5기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수원시청에 이어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청도 거리낌 없이 무기파견계약직 텔러마케터를 고용하면서 행정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자료를 냈다. 여과 없이 그것들을 받아쓰기 뭐해 실제 경기도청과 계약한 업체에 찾아가보기도 했다. 정규직 두 명이 열 명이 넘는 텔러마케터를 관리하며 도청으로 걸려오는 전화들을 일일이 응대하고 있었다.
관공서에서 이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원인과 정규직 공무원사이에 비정규직을 끼워 넣으면 정규직 공무원이 민원인과 싸울 일이 없고 민원인과 다툼이 있는 비정규직 텔러마케터는 교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고발생시 일반적인 비정규직은 계약해지가 되지만 무기파견계약직은 다른 사업장으로 교체가 된다. 무기파견계약직은 단지 하나의 부품으로 언제든지 교환 가능한 대처인력이라는 생각들이 이들을 선호하게 만든다.

세월이 흘러 참 좋은 대통령이 당선되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로 각 은행들이 지금까지 고용해왔던 텔러마케터들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부품에 불과했던 존재들이 이제야 사람으로 대접받는 역사의 현장에서 이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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